[그러십시오.]오전이라서인지 수업거부 중인 학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른 때도 그랬지만 이공대 쪽은 특히 더 그랬다. 누구에게 협박전화라도 할 것처럼 그는 주의를 둘러보고 나서, 적어 온 전화번호를 조심스럽게 눌렀다. 곧 신호음이 가다가 끊기며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조 형사가 가방에서 편지를 하나 꺼내 최 반장에게 건네줬다. 최 반장은 왼손 중지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오른 손으로 천천히 편지를 펼쳤다.원초적인 차별에 대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지프[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잘되었죠 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건이 발생했다고 이미 준 휴가를 취소시켜요? 경찰은 뭐 사람이 아니고 일만 하는 기곈가]방으로 건너 온 진숙은 신문을 펴놓고 빠르게 훑어 나갔다. 그러나 그녀가 찾는 기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시체가 발견되었다 해도 조간신문에 나기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최소한 석간은 되어야 기사를 읽을 수 있을 터였다.조 형사가 들여다보던 컴퓨터를 끄며 웃었다.본부장은 혼잣말을 하고 나서 계속 질문을 했다.[그래 역시 머리가 좋구나. 어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나는 대로 차근차근 말해 보렴.]연속극의 내용에 따라 종업원들의 표정이 자주 바뀌었다. 별 것 아닌 내용에도 울고 웃고 종업원들이 웃고 웃을 때 사내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물론 연속극 때문이 아니라 그가 지켜보고 있는 종업원의 표정에 따라 그의 표정도 바뀌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내의 표정이 바뀔 때마다 그의 볼에 난 칼자국이 활처럼 휘었다 펴졌다 했다.진영을 화장실로 안고 온 괴한은 그녀를 욕조 위의 환풍구 창살에 거꾸로 매달았다. 그녀를 어렵지 않게 들어올린 것을 보면 괴한은 생긴 것 같지 않게 꽤나 힘이 센 여자 같았다.[그랬었군요.] 괴한은 링거줄에 있는 조리개를 닫은 뒤 진영의 몸에서 주사바늘을 빼냈다. 장갑을 끼고 화장실로 간 그녀는 변기에 앉은 채 링거줄의 조리개를 풀어서 자신의 피를 바닥에 흘려 보냈다. 머리에서 현기증이 생기자

[무슨 일입니까?][소변이 급해서 그러는데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그건 좀 이상한데요. 그 얘기는 목격자의 진술과 다르니][그럼 책의 겉표지에 어떤 그림이 있었지?]색깔[팔자소관이겠지.]국발은 뛰다시피 걸어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달렸다. 그는 집으로 가면서 자신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려 했지만 쉽게 생각이 돌려지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별 근거도 없는데 아내가 강진숙이 아닌가 의심을 하다니 무엇보다도, 어떻게 남자가 여자가 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해 보면 아내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미지에서 나오는 불안인 듯도 싶었다.3년 뒤.[그 수원이 어디에 있죠?]수사본부장은 과장된 목소리로 아이를 칭찬하고 나서 다른 질문을 시작했다.[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자동차를 타고 왔다면 사람들의 눈에 뜨였을 테니까요. 경비원의 말에 따르면, 범행이 저질러지기 한두 시간 전인 10시경에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의 번호판을 모두 체크했답니다. 주차난이 너무 심한 탓에 외부 차량의 주차를 방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형사들이 경비원이 체크한 장부를 꼼꼼히 조사했지만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최 반장은 말을 하다 말고 두 경비원의 표정을 살폈다. 경비원들의 얼굴에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기 때문이었다.[6005141465771]세준이 물었다.이 사내, 임정현은 제주교도소에서 출소한 뒤로 다방 앞쪽에 위치한 공사판에서 십장을 맡고 있었다. 그 공사는 T방송국의 신사옥이었다.다행인지 불행인지 계속해서 진숙에게는 그 또래의 아이들에게 찾아오는 변성기도 찾아오지 않았고 코밑에 까뭇까뭇 돋아나는 수염도 나지 않았다. 성기 역시 초등학교 이후로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가슴까지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중성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몇 톤 짜리였지요?]국발이 비틀거리며 포장마차를 나갔다. 그러나 진숙은 잡지 않았다. 아니, 잡지 못했다.[백퍼센트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만의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큰일입니